박쥐는 생김새가 쥐와 비슷하고 낮에는 음침한 동굴 속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활동하며 얼굴이 흉측하게 생겨서 사람들이 싫어한다. 왜 하필이면 아름다운 나무에 하고 많은 좋은 이름을 다 놔두고 그것도 ‘박쥐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느냐고 비난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쥐나무의 잎을 햇빛에 한번 비춰 보고, 박쥐의 날개와 비교해보면 금세 너무 닮은꼴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박쥐나무는 박쥐의 생태나 얼굴모양과 비교한 것이 아니다. 날아다니는 박쥐의 날개 모습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끝이 3~5개의 뿔처럼 살짝 뾰족하게 나온 커다란 잎을 나무와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잠시 비춰 보면 이리저리 뻗은 잎맥이 마치 펼쳐진 박쥐 날개의 실핏줄을 보는 듯하다. 잎의 두께가 얇고 잎맥이 약간씩 돌출되어 있어서 더더욱 닮아 있다.
박쥐나무는 숲속의 커다란 나무 밑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가 살아가는 방식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박쥐나무는 주위의 키다리 나무들과 햇빛을 받기 위한 무한경쟁에 무모하게 뛰어들지 않는다. 대신 숲속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서로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높다랗게 하늘로 치솟아서 잔뜩 잎을 펼쳐놓은 비정한 이웃 나무 아저씨들에게는 기대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는 살아남는 데 필요한 ‘구조조정’을 아득한 옛날부터 과감히 수행했다. 우선 키를 3~4미터로 줄이고, 우리나라 유명 정치가들의 단골 어록(語錄)인 ‘뼈를 깎는 심정’으로 작고 촘촘한 잎은 아예 없애 버렸다. 넓고 커다란 잎을 듬성듬성 만들어 산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사이로 어쩌다 들어오는 햇빛을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꽃 모양도 독특하여 손가락 두 마디 길이나 됨직한 가늘고 기다란 연노랑의 꽃잎이 도르르 말려 뒤로 젖혀지면서 속의 노랑 꽃술을 다소곳이 내밀고 있다. 잎사귀 위로 꽃이 솟아오르는 법이 없이 모두 아래를 향하여 핀다. 박쥐나무 꽃의 이런 모습은 타임머신을 타고 멀리 조선시대로 돌아가게 한다. 마치 층층시하에 조심조심 살아가던 가련한 여인이 얼굴을 가리고 잠깐 외출을 하려는 그 순간의 애잔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박쥐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갈잎 작은 나무로 흔히 줄기가 여럿 올라오기도 한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앞뒤로 털이 나 있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초여름에 핀다. 콩알 크기만 한 열매는 바깥쪽의 육질이 안쪽의 씨를 둘러싸고 있는 핵과(核果)이며, 가을에 짙은 푸른색으로 익는다.
봄에 나오는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뿌리는 팔각풍근(八角楓根)이라 하며, 한방에서는 진통제나 마취제로 쓰이기도 한다. 잎이 단풍잎처럼 다섯 개로 깊게 갈라진 단풍박쥐나무는 남부지방에서 자라며, 새로 난 가지와 잎의 뒷면과 잎자루에 갈색 털이 빽빽이 난 것을 누른대나무라고 하여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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