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풀꽃이야기

[경북/포항] 분옥정(噴玉亭) 과 상사화

安永岩 2014. 8. 14. 11:53

 

기계 봉좌산 북동쭉 산 기슭에

자리한 오래된 정자,분옥정(噴玉亭)

지금 그 분옥정 뜰에 상사화가 가득합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우산 쓰고 본

분옥정의 상사화가 그 꽃말 만큼이나

처연한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상사화(相思花)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잎이 지고 나면 꽃이 핍니다.

또 꽃이 지고 난 후에 잎이 납니다.

꽃과 잎이 만나지를 못하는 꽃, 상사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달려 있을 때에는 꽃이 없어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한 다는 의미로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상사화(相思花) 전설

 

어느 깊은 산,

비구승 혼자 수련을 하고 있는 작은 절.
남편을 여읜 한 아리따운 여인이 몸종을 데리고 절로 찾아왔다.

 

죽은 남편의 천도제를 위해서 49일 동안 머물고 가겠노라고 부탁하자

곤란하긴 했지만 너무 간곡하게 부탁하던터라 거절하지 못하고 허락을 해 버리고 만 비구승.

그날부터 산사에 함께 머물게 되었는데 여인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천상의 선녀 같았단다.

 

배꽃잎 떨어지는 달빛아래 거니는 여인은

비구승의 눈을 멀게 하고,

숨 죽이고 몰래 지켜보는 비구승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한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당황해 돌아서고,

해지는 저녁 풍경소리라도 퍼질라치면

 

 

 

 

비구승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단다.
가끔 가까이에서 체취라도 느끼면

비구승은 잠을 들 수도 없었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구승이 땔감을 지고 산을 내려오는데,

시녀와 함께 산나물을 캐는 여인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가시에 긁힌건지 어떤건지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비구승은 목에 감았던 수건을 풀어 무릎을 싸주고,

여인을 업고 돌아왔다 한다.

 

 

 

 

 

비구승이

땔감을 정리하고 오니

여인이 차를 끓이고 있었다.

 

49일을 하루 앞둔 그날. 그동안 쌓여왔던

지난 얘기를 하며 두 사람의 밤이 깊어갔다.

 

 

 

가물거리던 촛불이 꺼지자 비구승은 용기내어

그동안 숨겨왔던 마음을 얘기하고 말았단다.

 

 

 

사랑합니다, 그랬더니

여인도 기다려 왔다는 듯이 덥석 나도 그렇다고 했단다.
야반도주를 꿈 꾼 두사람. 하지만 여인은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산을 내려 가버렸단다.

 

 

 

 

그리고

홀로 남은 비구승은 식음을 전폐하고

수행도 모두 잊은 채로 눈물로 지내다

결국 법당 앞에서 쓰러져 잠들고 말았단다.

 

 

 

 

몇 해 후,

여인은 한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절에 나타났지만

절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단다

 

 

 

법당 앞뜰에 가니

잎도 없는 외줄기에 핀 꽃이 있었단다.

 

여인은 직감적으로

 이 꽃이 비구승의 넋이란 걸 알았단다.

 

사람들은 이후로

이 꽃을 상사화, 또는 중꽃이라고 불렀단다

.

※ 스님을 비구승,대처승으로 나누는데

결혼을 안 한 스님을 비구승,결혼을 한 스님을 대처승이라고 하지요

비구승 중에 남자승을 비구승,여자스님을 비구니승이라고 합니다.

 

400여년 된 분옥정 소나무

 

 

 

 

 

 

 

 

 

상사화

 외떡잎식물 백합목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특징

 

키는 60㎝ 정도 자라며 땅속에 있는 비늘줄기는 지름 4~5㎝, 길이 30㎝이다.

너비가 2.5㎝ 정도인 잎이 비늘줄기에 모여나지만 여름에 꽃이 나오기 전에 말라 죽는다.

홍자색의 꽃은 8월에 비늘줄기에서 나온 꽃자루 위에 4~8송이씩 무리져 핀다.

꽃은 길이가 약 8㎝이며, 꽃 덮이조각[花被片] 6장, 수술 6개, 암술 1개로 이루어져 있다.

양지 바르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잘 자 란다.

 

 

 

우리 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이 고향이다.

아주 오래전에 이 땅에 들여와 심었기 때문에 우리 꽃이려니 싶다.

주로 사찰 주변에 많이 심었고 시골에 가면 꽃이 예뻐

집 앞 마당에 심어 놓은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지금은 관상용으로 盆에도 심는다.

 

 

상사화는

지방에 따라서는 잎이 난초처럼 생겼다고 하여 개난초,

상사화와 같은 맥락으로 이별초 등으로 부른다.

더러 꽃무릇(석산)을 상사화라 부르기도 하는데

석산은 상사화와 같은 속에 속해서

잎과 꽃이 동시에 피지 않는 특징을 지녔지만 

상사화는 아니다.


 

꽃무릇(석산)

 

우리나라 3대 꽃무릇 군락지로는

함양 상림숲,고창 선운사,영광 불갑사입니다.

대단한 꽃무릇군락지입니다.

상사화가 지고 난 뒤

9월에 핍니다.

 

 

꽃은 8월에 피고

땅속에 있는 비늘줄기는

 한방에서 소아마비에 쓰는데 진통 효과가 있다

 

 

 

 

270여년 된 분옥정 앞에 있는 향나무

 

 

아무래도 상사화는 기와집 담벼락이나

흙담과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