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집寺刹이야기

[경주] 지친 心身을 달래주는 자그만한 암자, 남산 탑골 '옥룡암'

安永岩 2013. 9. 6. 14:44

어제(8/23)가'處暑'였습니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處暑'라 부르지요.
그 뜨겁던 2013' 여름도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면하게 되어 무엇보다도 좋습니다.

농부들은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농쟁기를 씻고 닦아서 둘 채비를 하고
옛 조상들은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밭두렁이나 산소의 벌초를 한다지요. 그러고 보니 곧 벌초산행을 할 때가 왔네요

 

오늘은 가볍게 길을 나섭니다.

멀리는 못가고 나의 공원,경주로 갑니다

푸르름이 좋고 이 때 쯤에 상사화가 무리 피어 있는 경주 남산 탑골에 위치한 옥룡암으로 갑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하지도 않고 번잡하지 않지만 숲이 좋은 옥룡암압니다.

개인적으로 좋아 하는 분위기가 있는 절집입니다.


 

옥룡암으로 올라 가는 숲길입니다.

사실 옥룡암은 탑골 마애불상群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탑방객들이 많이 찾아 오는 곳입니다.

다행히 오늘은 불상군에서 한무리의 탐방객들만 만나 조용히 즐기다 갑니다.

 

 

 

계곡이랄 것 까지야 없지만 순수하고 소소한 개울입니다.

그래도 퍽 정감이 가는 개울입니다.

 

 

 

제법 높은 곳, 바위에 붙어 자생하는 넉줄고사리도 보이네요

 

 

 

옥룡암 앞에 왔습니다.

안양교安養橋를 지나면 옥룡암 경내입니다.

이 부근의 경치가 좋습니다.

 

 

 

고인 물에 반영된 옥룡암의 안양교입니다.

 

 

 

자연석에 아무렇게 쓴 듯한 옥룡암이 정겁네요

삐가 뻔쩍한 현판보다도 훨씬 더 편안함을 줍니다.

곧장 올라 가는 길은 경주 남산 등산로입니다.

 

 

 

옥룡암의 요사채입니다.

반갑게 마당에 베롱나무의 꽃이 활짝피어 길손을 반깁니다.

 

일명 백일홍입니다.

꽃이 백일 핀다고 하여 백일홍이지요

사실은 꽃이 백일 피는 것이 아니고  한송이가 열흘 정도 피어 있는데

송이 송이가 피고 지고 하다 보니까 수백송이가 백일정도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수량이 많을 때는 그래도 보기 좋은 폭포이고 沼입니다.

 

 

법당으로 올라 가는 계단입니다.

올라 가는 좌우에 상사화가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좋았는데...

오늘은 보이지를 않고 보여도 꽃은 지고 대만 남아 있네요

많이 아쉽네요.벌써 졌네요.

 

 

 

 

나는 옥룡암의 이 삼층석탑을 좋아 합니다.

비록 이름없이 뜰에 덩그렇게 놓여 있는가 싶어도 ~볼 수록 정감이 가는 삼층석탑입니다.

기단이랄 것도 없는 화강함으로 둘러 친 기단 위에 주변에서 주운 듯한 몸돌과 지붕돌을

올려 쌓은, 층마다 각기 다른 돌을 얹어 놓은 모양이 장난(?) 스러운 유머스러운 듯한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 내게 합니다.

그래서 더욱 정감아 가고 좋습니다.

국보급,보물급 삼층석탑만 보아 오다 조용한 산사 마당에 한켠 정원 속에 놓인 탑이다 보니

더욱 더 마음의 위안을 얻고 포근함을 느낍니다.

 

 

옥룡암의 대웅전입니다.

자연석 암반 위에 자연석을 쌓아 터를 돋우고 그 위에 세운 대웅전이 주변 아름드리 소나무에 에워 쌓여

어느 이름 난 대웅전보다도 더 위엄을 느끼며 장엄합니다.

 

 

 

대웅전 좌측에 있는 스님의 임시 거처이며 茶室인 '一爐香閣'

 

 

대웅전 우측에 칠성각

 

보통 절집에서 대웅전을 벗어난 높은 곳에 위치하는데

이 곳 옥룡암에는 워낙 작은 절집이다 보니 대웅전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웅전 앞에 상사화가 지고 있네요

그래도 새 순이 돋아 오르고 있는데~

피고 지고 하는 상사화가 어째된 영문인지

보이지를 않습니다.올 해는 너무 가물어서 그런가?

그렇치 않고야 그 흔하던 상사화가 보이지를 않는고?

잎과 꽃이 절대로 같이 만나지 않는다는

기구한 운명의 꽃 ! 상사화가

옥룡암에서 사라졌다?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상사화 전설-

아주 오랜 옛날 산사 깊숙한 토굴에서
용맹정진 하던 젊은 스님이 있었다
.

그러던 여름 어느 날 소나기가 장대처럼 내리던 날

스님은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한 여인에게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

수행도 멈추고 가슴앓이를 하던 스님은

석달 열흘만에 상사병으로 피를 토하고 죽고
쓰러진 곳에  꽃이 피어났는데
바로 그 꽃이 상사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
상사화" 사랑이라고 했다.

(상사화
는 마치 사랑의 숨박꼭질을 하는 연인 마냥

잎이 나오면 꽃이 지고, 꽃대가 나오면 잎이 말라 버리는,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슬픈 사연을 지녔다.  
그래서이름도
상사화
이며, 꽃말도 '이룰수 없는 사랑'이다.)

 

 

대신 다른 꽃과 꽃나무가 대웅전을 지킵니다.

옥룡암은 절집보다도 새로 지은 요사채공간이 더욱 더 큽니다.

아마 신도가 많은 듯 합니다.

 

 

 

용한 옥룡암에 오래된 듯한 배롱나무가 더욱 더 돋 보이네요

좋은 풍경을 선사하여 둘러 보는 길손을 즐겁게 합니다.

 

 

 

자그만한 암자이지만 주변의 울창한 나무에 둘러 쌓인 옥룡암은

찾는 길손을 편안하게 합니다.현대에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에 딱~

좋으 곳입니다.접근성도 좋고 바로 앞에 도심이지만 깊은 산속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는 곳입니다.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가볍게

자연을 벗할 수 있는 좋은 휴식처,옥룡암입니다.

 

 

 

칠성각 기와 지붕에 자라고 있는 '와송(바위솔)'

 

 

 

상사화 자리를 대신하여 활짝 핀 호접란입니다.

비에 맞은 꽃이 세수한 듯 더욱 아름답네요

집에서 보는 것 과 느낌이 다르네요

역시 꽃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가 봅니다.

 

  

 

옥룡암계곡 모습입니다.

 

 

<2013,8,24,토>